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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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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쿨투라 특집은 ‘바이러스’, ‘융합’, ‘생태’, ‘인권’에 이르는 네 화두어를 선정해, 편집위원들이 집필했다. 이재복, 홍용희가 다분히 거대담론적이고 학적이며 비유·이론적이라면, 전찬일, 강태규는 미시논의적이고 저널적이며 경험·사례중심적이다. 하지만, 이 네 논자의 논지들은 어느 지점에서인가 조우한다.
1989년 [서울 무지개](김호선 감독, 강리나, 김주승주연)로 24회 대종상 신인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강리나 씨의 특별 기고를 싣는다. 그녀는 현재 설치미술가, 칼럼리스트 등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성호 교수의 ‘한국, 러시아 문학인의 만남’과 이기식 교수의 페루 포토기행을 싣는다.
권택명 손진은 정원도 한강 이지혜 시인의 ‘신작시’와 김용히 씨의 신작소설, 조윤경 선생의 ‘그림에세이’, 김은숙 선생의 동화, 장옥관 시인의 필립 퍼키스 사진집 서평, 정여진의 ‘아트프리즘’, ‘홍용희의 안동문화예술 3’을 싣는다.
‘강태규의 이 사람’은 뮤지션 [이문세]를, ‘조랑의 커뮤니티 48시’는 ‘타투’를 소개하며, ‘버티고’에서는 최광희 임정식 두 영화평론가의 영화계절평과 만난다.
002권두언
그림 에세이
008붉은 보리밭의 풍경 | 조윤경
012쿨투라 갤러리 | 정정화
시와 그림의 만남 7
014감옥 | 박시교·이은숙
특집 20세기 첫 10년의 문화 아이콘
018바이러스 적敵과의 동침 | 이재복
034융합 융합적 사유와 실천을 향하여! | 전찬일
044생태 생태시학의 성찰과 네오휴머니즘의 가능성을 위하여 | 홍용희
055인권‘자살’과 ‘전속계약 분쟁’으로 투영된 연예인 인권 실태 | 강태규
신작시
066곰탕을 먹으며 | 권택명
068그 절간 앞의 臥松 | 손진은
070북아현동 호박 한 넝쿨 | 정원도
072파란 돌 | 한 강
074홀수 | 이지혜
078소설 줌마 앤드 시티 | 김용희
100동화 폐타이어 핑키 | 김은숙
106서평 범속한 일상의 초월적 순간 | 장옥관
새시집 속의 시 | 정진규김명인 김지향 권달웅 이원식
버티고 _ 영화계절평
114계급과 인종·대륙 간 착취에의 성찰 | 최광희
119유쾌한 웃음 속에 가시가 숨어 있는 ‘씁쓸한 풍속화’ | 임정식
124아트프리즘 2009 공연계, ‘노블컬·무비컬’이 대세 | 정여진
132페루 포토기행 정글 속의 장날 | 이기식
한국·러시아 문학인의 만남
142삶과 죽음이 마주보는 시간의 깊이 | 유성호
홍용희의 안동문화예술기행 3
154병호시비倂虎是非 혹은 안동 양반 사회의 내면풍경 | 홍용희
강태규의 이 사람 12
166뮤지션 이문세, 그를 미치게 하는 것들 | 강태규
커뮤니티 48시 _ tattoo
176상처의 미학 혹은 그냥 간지 | 조랑
부산국제영화제 단상
18414회 피프PIFF를 돌아본다 | 전찬일
189특별기고 느리게 걷기 | 강리나
200문화소식
쿨투라 신인상 모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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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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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명: 문화 계간지 《쿨투라cultura》 2009년 가을호(통권 제15호)
● 편 집 위 원: 전찬일 홍용희 이재복 강태규
● 주요 필자: 조광제 이재복 정의진 배영달 송수권 김태원 임진모 이명수 김신우 정민아 김용희
오세영 송찬호 강형철 김옥란 이현우 황진미 김기호 이해균 임종길 윤상 外
● 펴 낸 곳: 도서출판 작가 / 대국전/ 240쪽 / 값 10,000원
ISSN 1975-0951 발행일: 2009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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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속도와 현대문명
속도의 향유와 반성으로서의 미래
과학 기술의 발달로 속도를 선점한 서구의 비서구에 대한 영토화 전략은 속도의 문제를 전지구적이고 우주적인 영역으로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제는 속도를 통한 전쟁이 전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의 속도 전쟁의 최고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속도는 향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속도를 외면하거나 피하지 말고 그 속으로 뛰어들어 그것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속도에 대한 향유는 속도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 사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속도에 대한 향유이면서 동시에 그것에 대한 비판 혹은 반성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현대의 가공할 속도로 인해 인간과 인간의 삶과 관련하여 상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속도가 생산할 미래의 우리 모습에 대해서도 인류의 정체성 차원에서 진진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속도가 차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보면 '속도와 현대문명'이라는 이번호 기획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조광제는 속도의 정치경제학에 대해 사유한다. 이를 위해 그가 내세운 것은 교환과 감각이다. 그는 교환을 속도의 기반으로, 감각을 교환의 기반으로 보고 있다. 교환의 목적은 더 많은 감각을 향유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교환의 속도가 그것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도가 인간을 넘어서버리면 감각의 향유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기 때문에 나를 넘어서지 않는 교환의 속도를 통해 그 밀도를 높여가거나 아니면 화폐가 전혀 교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영역(예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재복은 속도의 문제를 몸의 문제와 관련해서 논의하고 있다. 그는 직립보행을 하면서 인간은 손과 눈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고 이것이 속도에 대해 새로운 감각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손의 친밀한 감각보다는 눈의 차가운 감각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그것이 인간의 삶을 더 빠르게 통제하고 억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회복하기 위해 속도에 대한 절멸의 방식을 제기 하는데, 특징적인 것은 동양의 선 혹은 선 수행을 하나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곧 그가 속도의 문제에서 중용과 평정심을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의진은 속도의 이미지와 속도의 상호연관성에 대해 진지한 탐구를 단행한다. 특히 인터넷이 발명한 시간관념인 ‘실시간’에 주목한다. 이 개념을 폴 비릴리오의 관점을 빌려 시간성의 공간성에 대한 우위, 시간성을 축으로 한 공간의 전면적인 재조직화로 규정한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가 조직화와 구성의 가치를 속도장의 논의에서 중요하게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국 그가 지각장의 속도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민감한 자의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각장의 속도 시스템이란 결국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그는 디지털 예술에 대한 의미를 미래적인 논의의 장으로 남겨두고 있다.
배영달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속도 이론가인 폴 비릴리오의 이론을 그의 저서에 대한 해석을 통해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속도와 정치』를 평하면서 그는 이 저서가 미래의 고고학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는 독특한 방법론을 통해 속도의 정치이론을 부각시킨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독특한 방법론이란 과학기술에 의한 속도의 가속화가 초래할 수 있을 유해한 결과나 파국까지를 논의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탈출 속도������에서는 비릴리오가 속도를 사고의 방정식에 도입하는 것에 주목해서 그것을 기술과 속도의 문제를 통해 해석하고 있다.
속도에 대한 기획과 함께 이번 호에는 일독을 권할만한 글들이 많이 있다.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서구 극장 예술계에 거대한 변혁을 일으켰던 피나 바우쉬의 서거를 계기로 그의 36년간의 공연활동을 되짚어 본 김태원의 「인간 신체의 정체(치)성과 패러디적 유희」나 1970년대부터 특히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 중반까지 팝의 황제로 군림하면서 세계 대중음악계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마이클 잭슨의 삶과 음악 세계를 되짚어 낸 임진모의 「죽어서도 ‘스릴러’ - 마이클 잭슨」, 이주 노동자의 문제를 다룬 한국 영화「처음 만난 사람들」과 「로니를 찾아서」, 그리고 「반두비」) 등을 날카롭게 성찰한 황진미의 「마침내 스크린에서, ‘우리안의 타자’를 만나다」는 시의성을 넘어 좀처럼 만나기 힘든 귀한 글이다. 그리고 안동의 옛스러움과 멋스러움을 그 특유의 고전적이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우리 앞에 펼쳐 놓고 있는 홍용희의 「하늘이 내린 재상의 마을」과 우리 시대의 아티스트인 윤상을 만나 그의 심층의 목소리까지 들려준 강태규의 「진화하는 음악의 발자취, '윤상'을 뒤돌아 보다」역시 귀한 글이다.
그리고 송수권 이명수 이원식 장만호 네 시인의 ‘신작시’와 김신우 씨의 신작소설, 김용희 씨의 문학평론, 이해균 선생의 ‘그림에세이’, 김은숙 권달웅 선생의 동화, 김옥란 씨의 연극평, 강형철 전찬일 이현우의 서평, 정여진의 아트프리즘을 싣는다.
‘커뮤니티 48시’는‘언니네’의 사는 세상 이야기를 소개하며, ‘버티고’에서는 정민아 임정식 두 영화평론가의 매혹적인 영화평과 만난다.
속도를 파시스트라고 규정해 버리면 그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가된다. 속도를 찬양하는 자에게도 미래가 없듯이 속도를 두려워하는 자에게도 미래가 없다. 지금은 느림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느림에 앞서 속도를 이야기해야 한다. 느림은 속도를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속도를 줄이는 방법을 교환과 감각에서 발견할 수도 있고 몸이나 시각장, 사고 등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이것은 우리가 속도에 대해 사유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할 때 반성적인 전망이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속도는 더 이상 클리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속도를 향유하고 그것에 대한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이러한 담론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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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cultura》 2009년 가을호(통권 제15호) 목차
002권두언
그림 에세이
010이해균의 여행보기| 이해균
시와 그림의 만남 7
014눈물 | 박시교·이은숙
016쿨투라 갤러리 | 임종길
특집 기획속도와 현대문명
018교환과 감각으로 본 속도 | 조광제
027속도와 몸 | 이재복
043속도와 영상 | 정의진
054폴 비릴리오: 속도와 현대세계 | 배영달
신작시
066無耳島 | 송수권
068변 명 | 이명수
070당신을 위한 역사驛舍 | 이원식
072수묵의 한 때 | 장만호
074소설 가정생활백서 | 김신우
생각하는 동화
092이상한 모델 | 김은숙
098폭포를 뛰어오르는 열목어처럼 | 권달웅
104문학평론 어떤 쿨cool | 김용희
새시집 속의 시 | 오세영송찬호지도김동수김진길
서평
나도 로마제국의 신민이고 싶다 | 강형철126
영화는 결국 그 영화를 만든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 전찬일135
충돌의 교착 상태, 무엇이 필요한가? | 이현우143
버티고
부르주아의 우아함 뒤에 가려진 야만의 얼굴 ― 세비지 그레이스 | 정민아148
시골 소녀역사들의 힘겨운 몸부림, 묵직한 여운 ― 킹콩을 들다 | 임정식 152
영화·연극 평
마침내 스크린에서, ‘우리 안의 타자’를 만나다 | 황진미158
두 개의 유서, “너무 놀라지 마라”와 “너무 슬퍼하지 마라” | 김옥란165
홍용희의 안동문화예술기행 2
하늘이 내린 재상의 마을 | 홍용희171
피나 바우쉬, 마이클 잭슨 추모특집
인간 신체의 정체(치)성과 패러디적 유희 | 김태원184
죽어서도 ‘스릴러’ | 임진모190
아트 프리즘 뉴트롤스 내한공연에 앞선 단상. 아트록, 그 찬란한 탐미 | 정여진196
스포츠 에세이 지금 한국축구에서 희망 찾기 | 김기호209
강태규의 이 사람 11 진화하는 음악적 발자취, 윤상을 뒤돌아 보다 | 강태규220
커뮤니티 48시 언니들이 사는 세상 | 조랑228
문화소식236
쿨투라 신인상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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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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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보다 더 상상적인 날들이 전개되고 있다. 새로운 위기의 드라마가 나날이 갱신되는 현실이다. 과연 이 역동적인 변화와 혼돈의 물결은 무엇이며 또한 어디로 질주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언행에서부터 정치, 경제, 문화 현상이 모두 새로운 대변동의 몸바꿈을 경주하고 있는 듯하다. 복고, 환상, 엽기, 추, 괴 등이 날것으로 뒹굴며 창궐하던 문화 현상이 어느덧 ‘막장’이라는 신조어를 낳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뜨거운 변화의 동력을 창조적 역동성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혼돈으로부터 탄생하는 새로운 질서의 징후는 무엇인가? 우리 《쿨투라》는 이에 대한 해답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
이번 호에서는 그 연장선으로 “막장”의 문화 코드를 특집으로 하여 TV 드라마, 영화, 대중음악, 문학 등의 분야에 걸쳐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막장”문화의 전개 양상에 대한 비판적 점검과 미적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진지한 사유의 장이 될 것이다.
윤석진, 「그악스러운 현실의 희생양, 막장 드라마」는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 막장 드라마가 범람하는 배경은 1차적으로 막장 현실의 반영이고 2차적으로는 막장 드라마를 비판의 희생양으로 삼아 막장 현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심리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막장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 현실이 막장임을 반증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이 강조된다.
강태규, 「음악이 소중하지 않은 한국 대중음악의 현주소」는 오늘날 음악이 치열함과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인식 아래 ‘음악이 소중하지 않은 시대’가 개막되었다는 자탄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현실을 초래한 주된 원인은 균형을 잃고 표류하는 미디어의 부당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미디어들이 상업 논리와 결탁하면서 시청률 높이기에만 급급한 상황으로 추락하여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감각주의 편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풍토는 동시대를 이끌어 갈 대표적인 신인 뮤지션들의 양성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음악 수용자들로부터 ‘음악적 다양성’의 수혜를 포기하도록 강요한다고 지적한다. 가요가 음악으로 다가오기보다는 패션으로 둔갑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다양한 음악 듣기와 양질의 음악을 살리기 위해 미디어와 창작자, 그리고 음악 수용자들의 성찰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고봉준, 「실재,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문학에서 막장은 다른 상업적인 전략으로 전유하는 대중문화적 현상과 변별된다는 지적을 바탕으로 지젝의 이론을 빌려 상징계에 의해 억압된 실재계의 귀환으로 해명한다. “지옥의 힘”을 빌려 ‘현실’을 폭발시키려는 현대 미학의 시도 안에서 ‘현실’이라는 상징적 봉합은 언제나 외설적인 외상에 의해 오염되었고, 이러한 오염은 ‘미’의 이면이 ‘추’라는 일반적인 논리로는 해명될 수 없는 추문을 낳았다고 본다. 이러한 시도가 ‘추문’인 까닭은 그것이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선호한다거나 도덕으로부터의 일탈을 강조했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억압과 권력에 대한 미학적 응전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논지에서 실재계가 반사된 현대문학의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들은 우리를 객체의 자동인형에서 주체의 윤리적 세계로 데려가는 입구로 해석된다.
정지원은 영화에 있어선 막장 코드가 영화 발전의 심각한 암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한국 영화계의 막장 코드, 콘텐츠보단 산업이 막장」에서 그 안팎의 사정을 개진하고 있다. 막장 영화의 실태는 과거 조폭 코미디의 무절제한 복제와 ‘웃음 70과 눈물 30’이라는 한국식 ‘코미디 멜로’(?)의 어설픈 공식의 남발, 그리고 한철 장사에 눈이 먼 어설픈 기획 영화들에서 노출된다. 영화계의 막장 코드가 번식 할수록 영화 미학에 대한 관심과 영화의 상업성에 대한 충격적인 비판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지하의 글은 오늘날의 문화 현상의 실체에 대한 문명사적 진단을 제시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그의, 「워낭소리―한반도 르네상스」는 독립 영화 [워낭소리]에서 아시아 네오 르네상스의 미학적 특성을 발견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 네오 르네상스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직시하고 그 다양한 징후를 14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경우와 비교하여 진단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동들로부터 전세계 문명사의 이동 과정, 즉 대서양 중심이 동아시아 태평양 중심,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로의 중심 이동의 징후를 읽고 있는 것이다. 그가 [워낭소리]에서 주목하는 네오 르네상스 미학의 요체는 ‘모심’과 ‘복승復勝’이다. 늙고 병든 소의 숨은 마음과 농사일 속에서 그 소와 한 식구처럼 친교하는 늙은 농부의 참다운 모심의 태도, 즉 생명과 소통하는 일체 존재를 거룩한 우주 공동 주체로 들어 올리는 공경의 정신을 현대의 혼돈적 다이나미즘 속에서 되살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늙은 소와의 사랑이 가장 숭고한 부처님, 한울님, 임금님의 차원으로까지 상승하는 ‘복승復勝’의 절정을 드러내고 있는 대목에 주목한다.
홍용희의 「안동문화예술기행」이 이번호부터 연재를 시작하게 된다. 그의 안동문화예술기행은 안동의 학문, 예술, 역사를 통해 안동의 삶과 꿈의 내력을 한 편의 풍경화를 드려다 보듯 감상하면서 아울러 법고창신의 정신을 되새겨 보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성소수자들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반’ 이야기를 다룬 「커뮤니티 24시」를 비롯하여 박근영의 「청춘 표류기」, 정여진의 「아트 프리즘」 등도 새로운 ‘읽을 맛’을 제공한다. 올해 《쿨투라》 신인상을 수상하고 연극평 연재를 시작하는 정갑준의 글도 일독을 권한다. 이외에도 전찬일의 『남미 인권기행―눈물 젖은 대륙, 왼쪽으로 이동하다』에 대한 서평, 강태규의 뮤지션 고상지와의 만남 등의 많은 읽을거리가 있다.
앞으로도 《쿨투라》는 우리 문화의 가장 민감한 안테나이며 창조적인 전위로서의 역할을 더욱 치열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다.
권두언
<그림 에세이> 나의 산수화| 석철주
<시와 그림의 만남 6> 더불어 꽃 | 박시교·이은숙
<쿨투라 갤러리>류지선·김상준
서정인·김승옥 문학비 제막식 | 편집부
<홍용희의 안동문화예술기행 1> 아늑한 동쪽 마을로 가는 길 | 홍용희
<특집 기획-막장 문화>
그악스러운 현실의 희생양, 막장 드라마 | 윤석진
한국 영화계의 막장 코드, 콘텐츠보단 산업이 막장! | 정지원
실재,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 고봉준
음악이 소중하지 않는 한국 대중음악의 현주소 | 강태규
<특별기고> 김지하
워낭소리 - 한반도 르네상스에 관한 한 소견
영화에 대해서 - 시
<신작시>
아이를 기르다 | 신달자
공중 무덤 | 엄원태
몸이 나를 불러 놓고 | 정용국
<생각하는 동화> 도예가 골똘 씨의 손 | 김은숙
<서평> 아주 특별한 서평 | 전찬일
<이 계절의 좋은 시-길상호> -박소유·박지웅·고영민의 시
<새 시집 속의 詩> 구중서·최동호·공계열·김문구
<버티고>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 안지영
<박쥐>에 대한 정신분석적 소고: 욕망, 그 치명적 윤리학을 위하여 | 김서영
<영화·연극 평>
영화의 에로티시즘이 제기하는 몇 개의 질문과 대답 | 임정식
셰익스피어의 이본異本-<햄릿-Q1> | 정갑준
<포토에세이> 산 정상의 돼지우리 | 이기식
<아트 프리즘> 무엇이 ‘여성영화’일까 | 정여진
<에세이> 산딸기와 삐비꽃 | 정양
<2009 칸영화제 단상>
<박쥐> 수상의 함의… 다시 ‘영화제의 정치학’을 생각하다 | 전찬일
<강태규의 이 사람 10>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아십니까? | 강태규
<커뮤니티 48시> ‘이반’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 | 조은주
<박근영의 청춘 표류기 1> ‘훨훨 날아오르는 나비를 꿈꾸다 | 박근영
<독자 마당> ‘입원실 단상斷想| 이승희
문화소식
쿨투라 신인상 모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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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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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 창간호 특집은 두 건이다. ‘세태에 대한 비평의 본령’은 비평의 죽음 내지 부재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미래까지 전망해 본 비평 특집으로 각 분야의 대표 평론가인 김태원(공연예술), 임진모(대중음악), 김영진(영화) 세 논객의 각론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치 않다.
그리고 ‘2009 오늘 시리즈’에서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 세 주인공들의 특집 인터뷰이다. 시인 송재학, 소설가 김연수, 영화감독 장훈, 그들은 자기만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드러내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려준다.
● 쿨투라 제2회 신인상은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대한 담백한 평론을 투고한 정갑준 씨에게 돌아갔다. 남성 평론가가 부족한 연극판에 꾸준한 비상과 왕성한 활동을 기대한다.
● 조용미 정해종 송종찬 시인의 ‘신작시’와 ‘작가가 선정한 가장 좋은 시집과 소설집 및 영화’로 선정된 심보선 시인과 김연수 작가의 작품집 서평,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의 영화평을 싣는다.
● ‘강태규의 이 사람’은 가수 <조원선>을, ‘커뮤니티 48시’는 인디음악
를 소개하며, ‘버티고’에서는 김성경 임정식 두 영화평론가의 매혹적인 영화평과 만난다.
이 척박하기 짝이 없는 문화 풍토에서 소박하나마 유의미한 ‘담론의 장’을 마련해 보겠다는 등의 취지에서 출범한 종합 문화 계간지 《쿨투라》가 어느덧 3돌을 맞는다.
흘러간 세월에는 으레 크고 작은 회한들이 담기듯, 《쿨투라》에도 숱한 아쉬움들이 자리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 비록 희미할지언정 차근차근 《쿨투라》가 성장해 왔다고 믿는다. 아울러 이 작은 계간지가 머지않은 시점에 이 비문화적인 사회를 향해 어떤 자극을 던지고, 어쩌면 어떤 권위·영향을 담보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마저 감히 품고 있다. 《쿨투라》를 만들어온 이들의 남다른 노고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 초라한 지면에 ‘기꺼이’, 지독한 산고를 치르며 탄생시켰을 자신들의 옥고를 제공해 주거나 성가실 수도 있을 인터뷰 등에 응해 준 많은 분들의 진심·성의·배려가 강렬히 감지, 전달되어서다. 그 모든 분들께 깊고 큰 감사를 전한다.
이번 《쿨투라》 3주년 호에는 두 건의 특집이 실렸다. 도서출판 작가가 해당 분야 종사·관계자들에게 의뢰해 선정한 ‘2009 오늘 시리즈’에서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 세 주인공들 인터뷰가 첫 번째 특집이다. 시인 송재학, 소설가 김연수, 영화감독 장훈, 그들은 자기만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드러내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려준다. 적잖은 읽을거리와 생각거리를 던지면서.
삶과 문화, 예술에 대한 그들만의 통찰은 말할 것 없고, 개성 넘치는 차이들 속에서도 선명히 감지되는 일련의 공통점들이 눈길을 끈다. 진솔한 태도도 그렇지만, 50대 중반과 40대 문턱, 30대 중반이라는 나이 차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 모두에게 관류하는 원숙함과 풋풋함이 자못 인상적이다. 생업이 치과의사인 시인은 토로한다. 세계의 중심으로부터 그토록 외면당해 왔으면서도 결코 시를 외면할 수 없었다, 고. 소설가는 마라톤의 비유를 통해 글쓰기의 생명력과 고됨 등을 암시한다. 감독은 파토스 짙은 액션을 통해 삶을 말하고 싶어 한다.
비록 ‘특집’이란 꼬리표가 붙지는 않았지만, ‘강태규의 이 사람’에 실린 가수 조원선의 인터뷰 역시 가히 ‘특집스럽다’. “가요계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를 빚으며 데뷔 무려 17년 만에 첫 솔로 음반 <스왈로우Swallow>를 3월에 낸다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인터뷰어는 말한다. “그녀의 소리는 예의 ‘본능적 자유’의 무한한 항해를 여전히 꿈꾸게 한다. 농밀한 몽환적 소리의 깊이는 절정을 이루고 있다”고.
‘특집스러움’은 대중적으론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인디 밴드 ‘더 박서The Boxer’를, 대학 재학 중인 ‘미래의 작가’가 인터뷰한 ‘커뮤니티 48시’에도 고스란히 해당된다. 지난 10년 간 인디 무대에서 줄곧 음악 활동을 해온 ‘박’-‘서’, 1978년생 두 뮤지션이 이제야 첫 EP앨범을 냈는데, 이번 특집호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 그 음악세계를 집중 조명한 것이다. 그야말로 ‘파격’인 바, 그런 파격이 혹 《쿨투라》가 지향해야 할 어떤 지점은 아닐지…….
비평의 죽음 내지 부재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미래까지 전망해 본 비평 특집(‘세태에 대한 비평의 본령’)에 눈길을 주면 특집성은 한층 더 강화된다. 김태원(공연예술), 임진모(대중음악), 김영진(영화) 세 필자들의 면면부터가 그렇다. 그들은 자타가 인정하는, 각 분야의 대표 평론가들 아닌가. 반성적 성찰 등에서 공통점을 보이면서도 ‘해설로서 비평’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는 세 논객의 각론들을 읽는 재미가 여간 쏠쏠치 않다. 가히 ‘3인 3색’이다.
무용평론가이면서 이 땅의 공연예술 비평 전반의 문제점을 특유의 냉철함으로 짚은 김태원 선생은, ‘일간지 비평의 상실’을 유감스러워 하면서도, “우리의 예술 비평은 예술가들의 예술 작업 혹은 문화 현상에 대한 창의적 지칭력과 함께 시대사조와 문화를 현실에 맞게 분석하고 관찰해 상호 적절하게 접합시키거나 교합시키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깊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먹고사는 이유는 의도적으로 해설가의 역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면서 “90% 이상 해설만 했지 평론은 해 보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라는 임진모 씨는, “비평은 음악가와 음악 제작자 그리고 수요자가 서로 동행하면서 엮어 내는 밴 다이어그램의 일부”기에 “비평이 죽었다고 한다면 음악가도 음악도 소비자도 죽은 것”이며 “음악이 위대함으로 부활하게 된다면 비평은 되살아난다”고 단언한다.
상기 두 필자와 달리 ‘해설로서 비평’에 회의의 눈길을 던지는 김영진 교수는, “한국에서 영화평론은 한 번도 주류화, 제도화가 된 적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그걸 염려하는 것은 만시지탄이 아니냐”면서 일종의 대안을 제시한다. “주류가 되려는 욕망을 포기한다면 21세기 한국의 평론 지형에서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을 것”이라고.
이들 3색의 견해를 향해 어떤 반응들이 나올지는 모른다. 다만 그 견해들이 다양한 사고와 논쟁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혹 그 누군가 반론 내지 또 다른 견해를 피력해 오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말했듯 《쿨투라》는 ‘논의의 장’이 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3주년 호라는 이유 탓에 특집에 초점을 맞춰 말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비특집 원고들이 특집 원고들보다 덜 중요한 것은 물론 아니다. 제 아무리 잘난 주연이라도 좋은 조연 없이는 진정한 빛을 발할 수 없는 이치다. 가령, 2009년 들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기념비적 결실을 맺고 있는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에 대한 임정식의 리뷰는 영화 이상의 그윽한 감흥을 안겨 주며, 이번 특집호를 통해 새로 글솜씨를 선보인 김성경의 리뷰는 비판적 지지의 한 예를 적절히 보여 준다.
그밖에도 미처 다 읽지를 못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한 일련의 시들, 서평들, 문화예술기행, 문화유머, 문화소식 등 모든 옥고들에도 그 어느 특집 못지않은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정신적 외상을 지닌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보여주는 인생극이자 확연한 대중성을 갖춘 대중극이기도 한”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대한 담백한 평론으로 두 번째 ‘쿨투라 신인상’을 안은 정갑준 씨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들이 그에게 발견한 덕목은 완성도보다는 그 미완의 잠재성 내지 가능성이었다. 그의 등장이 반가운 또 다른 까닭은 우리네 연극판에 남성 평론가가 워낙 부족해서이기도 하다. 모쪼록 그의 꾸준한 비상을 기원한다.
권두언
006비평의 죽음… 그 회생을 찾아서| 전찬일
010우리 꽃 여행 | 김영재
시와 그림의 만남
014색色 | 박시교·이은숙
쿨투라 갤러리
016예단함 | 김지완
특집 인터뷰 시_송재학, 소설_김연수, 영화_장훈
020나는 결코 시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 손정순
028소진의 꿈을 향한 아름다운 ‘과정들’, 마라톤이거나 혹은 글쓰기거나 | 소영현
036인물들에 정서를 담고 싶었다…
그저 ‘깡패 영화’로 오해되지 않기를 바란다 | 전찬일
강태규의 이 사람 9
044보컬리스트 조원선,‘롤러코스터’ 그 후……
커뮤니티 48시
049해 뜨는 오후 ― The Boxer | 조은주
<특집 기획> 세태에 대한 비평의 본령
062퇴화된 틀 속에 갇힌 공연예술 비평 구조 | 김태원
070음악이 위대해지면 비평은 되살아난다 | 임진모
079애타게 대안 기억 공간을 찾아서 | 김영진
<제2회 쿨투라 신인 문화평론상>
심사평 및 당선소감090
당선작-연극평론 부문│대중극으로서의 한 가능성 | 정갑준092
신작 시
겨울 하루, 매화를 생각함 | 조용미104
원경遠景 | 정해종106
별을 보며 | 송종찬108
서평
풍경의 남루한 진실 | 홍용희110
밤을 노래할 권리 | 조효원114
이 계절의 좋은 시 | 길상호122
영화평 흔치 않은 복합성과 매혹을 겸비한 문제작 | 전찬일126
버티고
실화 드라마 속 객관적 진실에 대한 아쉬움 | 김성경136
‘고물’들이 밟고 가는삶의 속도 | 임정식140
쿨투라가 읽은 새 시집 속의 詩
다정에 바치네 | 김경미144
봄, 섬으로 와 있다 | 임승천134
봄밤 | 이병초088
문화예술기행
불운의 시인 김현구 | 김선태146
학교 관사의 포르노 사진 | 이기식153
문화 유머 지정학적으로 본 연령별 여성 변천사 | 김진범158
쿨투라의 새 음반 / 문화소식160
쿨투라 신인상 모집
[알라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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